회복적 정의 Vs. 응보적 정의
1. 정의(正義)의 의미
'정의'란 무엇인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인 이 단어를 말하곤 하지만, 과연 그 뜻을 정확히 알고 사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일 때가 많다. '정의'란 단순하게 하나의 정답으로 규정 짖기는 어려운 개념으로 역사, 사회, 그리고 철학적으로 다양한 관점과 해석을 내놓을 수 있으며,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적인 배경에 따라서도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정의'의 어원을 살펴보면, 한자어로서의 '正義'는 바르고 옳은 도리, 혹은 참된 이치를 의미하며, 라틴어로서의 'justitia'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에서 따온 말로, 공정한 판단과 정의로운 처벌을 의미한다. 따라서 어원에서 살펴본 정의의 의미는 바르고 옳으며 공정한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까지 이어온 사회 속에서의 '정의'는 이 '공정함'과 연결되어 있어 왔으며, 이 개념이 우리 사회의 법적질서와 체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검사나 판사 등 우리나라의 사법체계를 좌지우지하는 이들이 처음 선서를 할 때 바로 이 유스티티아 앞에서 선서를 하는 모습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알 수 있는 모습이다. '공정함'이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함과 공평함을 추구하는 것으로, 그렇기에 잘못 앞에서 잘못한 사람은 피해를 본 사람에게 똑같이 공평한 책임을 물게 하는 것을 정의라 여기고 추구해 왔다.
2. 응보적 정의
응보적 정의란 잘못된 행동이 발생했을 때, 그 잘못에 상응하는 처벌을 함으로써 고통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사회질서를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정의를 말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실천해 온 정의의 개념에 해당하는 것으로 죄를 지었으면, 그 죄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응보적 정의는 처벌중심적이며, 피해와 가해가 있는 상황에서 가해자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응보적 정의는 처벌에 초점을 두다 보니 가해자 중심이 되면서 오히려 피해자가 소외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원칙과 법의 적용을 중시함으로써 피해 당사자의 필요가 외면당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건들에서 법정에서 판결이 이루어지더라도 대다수의 많은 피해자들은 그들의 억울함이 해소되지 않으며, 자신들의 피해에 비해 가해자들의 처벌이 합당하지 않다고 여기게 된다. 그러다 보니 최근 들어 '정의'에 있어서 과연 그 정의는 누구를 위한 정의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들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대두되고 있는 개념이 바로 '회복적 정의'이다.
3. 회복적 정의
회복적 정의는 잘못된 행동이 발생했을 때 그 영향과 피해를 입은 대상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그 피해가 최대한 회복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자발적 책임과 피해자의 공동체의 역할을 부여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한국회복적정의협회, KARJ). 회복적 정의는 응보적 정의와 달리 처벌이 목적이 아닌 피해의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피해자 중심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응보적 정의는 처벌에 대한 강제적 책임을 수행하도록 한다면, 회복적 정의는 자발적인 책임의 기회를 제시하도록 한다. 그렇기에 회복적 정의는 그 주체가 행위 당사자들이며 공동체의 참여가 중요하다.
회복적 정의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동체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피해회복, 자발적 책임과 회복, 관계 회복, 공동체 회복, 정의회복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는 그동안의 우리 사회를 지배하던 응보적인 정의와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며,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누군가가 잘못을 하게 되면, 그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고 그 잘못에 상응하는 벌을 받도록 하였지만, 정작 그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는 소홀해 왔다. 가해자는 법적 처벌을 받았지만, 정작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은 그 피해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고통받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죄인은 벌을 받았지만 억울함은 해결되지 않고, 분노는 쌓여만 간다.
4. 우리의 방향
그동안 우리 사회는 탄탄한 법적 제도 아래에서 그래도 안전함을 느끼도록 해주었다. 그동안 우리가 믿어왔던 정의의 가치는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며, 이러한 정의 아래에서 세워진 법적 제도를 통해 오랫동안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에 살고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과연 우리는 제대로 된 정의 속에서 살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으며, 많은 사건들 속에서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만큼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은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마도 피해자 입장에서 그들의 피해를, 그들의 상처를 법적처벌이 충분히 보상해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왜 우리는 그동안 사건에서 피해자를 중심에 두지 못했을까? 벌주는 것에만 치중하고 정작 피해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지 못했을까? 그리고 가해자에게 벌을 주고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만으로 과연 이 사회는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는 것일까? 나는 그 속에서 과연 안전한 것인가? 이러한 의문 속에서 우리는 진정 앞으로의 세상에서 정의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세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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