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삶의 지혜가 있는 이야기
생활꿀팁

기억의 7가지 오류

by Olives Life 2024. 2. 8.
반응형

기억의 7가지 오류

 


기억의 7가지 오류

 

미국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대니얼 샥터가 쓴 '도둑맞은 뇌'에서는 우리 인간의 기억이 가지고 있는 오류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아무리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뇌는 여러 가지 오류를 범할 수 있으며, 우리의 기억이 완전하다고 자신할 수 없다. 기억은 단순히 학습적인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단순히 차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해 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사회현상에 대해 우리가 기억하는 부분들에 이르기까지, 트라우마와 관계경험에도 기억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의 뇌가 아무리 뛰어나다 할지라도, 우리는 기억체계에서 여러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간혹, 잘 외우던 전화번호가 떠오르지 않는 경우나 내가 열쇠를 놔두었다고 기억했던 그곳이 아닌 다른 곳에 열쇠가 있기도 한다. 비단 이러한 일상에서의 기억의 오류뿐만 아니라, 범죄현장에서 범인을 목격한 목격자의 기억이 오류를 범하여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기도 하고, 심리적인 외상으로 인한 기억의 문제로 생활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기도 한다.

 

대니얼 샥텨는 우리의 뇌가 범하는 기억의 오류로 7가지인  "소멸, 정신없음, 막힘, 오귀인, 피암시성, 편향, 지속성"을 이야기한다. 

 

1. 기억은 소멸된다.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희미해지거나 혹은 사라지게 되는데, 이를 소멸이라 한다. 우리가 경험하고 지각하는 것들이 우리 뇌에 저장되는데, 일부는 단기기억으로 저장되었다가 사라지고, 일부는 장기기억으로 넘어가 우리 뇌에 저장되었다가 필요시 인출되게 된다. 어떤 기억들이 단기기억이 되고, 어떤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게 되는가? 우리의 기억들이 오랫동안 저장되지 못하는 데에는 그 기억들이 우리에게 의미 있는 기억으로서 다가오지 못하거나, 혹은 그 기억을 장기기억화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함이다.

 

기억의 소멸에 대표적인 사례는 알츠하이머와 같은 치매증상을 들 수 있다. 치매환자를 앓는 노인들은 자신들의 삶의 중요한 순간들,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을 잃어버리게 된다. 치매환자들 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경우에도, 과거 자신이 어떤 날에 무엇을 했는지를 세세히 모두 기억하지 않는다. 그 기억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사라지고, 우리는 10년 전, 오늘 내가 무슨 옷을 입었었는지 그날이 나에게 의미 있는 날이 아닌 이상 기억하고 있지 않으며, 그 기억은 나의 뇌 속에서 소멸되었다.

 

2. 기억은 정신없음으로 잊는다.

 

기억의 정신없음이란, 주의력과 기억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주의 깊게 기억하기 위해서는 그 기억해야 할 대상에 집중을 해야 하지만, 만약 정신없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어, 늦잠을 자는 바람에 허겁지겁 준비를 하고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핸드폰을 어디엔가 두었는데, 막상 나가려 할 때 어디에 두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정신없음'은 우리가 중요한 것을 기억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음을 산란하게 하고 딴 곳에 정신 팔리게 함으로써 우리의 기억을 방해하게 된다. 가장 끔찍한 '정신없음'의 오류로 인해 발생한 사고 중 하나가 바로 아이를 차에 둔 채 모르고 내려서 발생한 사고이다. 우리의 기억은 자동적이고 습관적인 행동에 죄 지우지 되는데, 정신없음은 이러한 우리의 자동적 습관 기억과 맞물려서 끔찍한 사고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자동차 안에서의 유아 사망 사고가 그러하다.

 

2002년, 늘 3살 아들은 엄마가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7개월 된 딸은 아빠가 베이비시터에게 데려다주곤 하였는데, 그날은 아빠가 사정이 생겨서 7개월 딸도 엄마가 데려다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날은 엄마도 회사에서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이었기에 마음이 매우 바빴었다. 그녀는 여느 때처럼 먼저 아들은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었으며, 그리고 자연스럽게 회사로 향하여 회의를 마쳤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딸을 뒷좌석에 태웠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늦은 오후 아들을 데리러 가서 아들을 태우기 위해 뒷좌석 문을 연 순간 뜨겁게 달궈진 차 안에서 이미 죽어 있는 딸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늘 하던 습관화된 기억과 정신없음이 빚어낸 이와 같은 사고는 이렇듯 충격적인 결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우리의 주의가 분산되고, 기억해야 할 것이 정교하게 부호화되지 못하면 이렇듯 치명적인 오류를 유발하게 된다.

 

3. 기억은 막힌다.

 

일명 '설단현상'이라 불리는 경험을 누리는 종종 하게 된다. 어느 연예인 이름을 떠올리려 하는데 혀끝에서 맴돌기만 하고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경험 말이다. 또는 유사한 단어나 제목, 노래 등이 겹쳐지면서 오류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기억들은 금방 떠올리기도 하지만, 한참 지난 후에야 갑자기 떠오르기도 한다. 기억의 막힘은 소멸이나 정신없음과는 다른 종류의 망각으로, 우리의 뇌에 저장되어 있음에도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막힘 현상은 주로 헷갈리는 다른 정보와 혼란이 일어나는 경우 발생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비슷한 주제의 TV 프로그램인 '몬스터 가족'과 '아담스 패밀리'를 헷갈려하는 상황을 들 수 있으며, 혹은 유사한 이름이나 특징들을 통해 혼돈을 유발할 수 있다. 

 

4. 기억은 오귀인을 일으킨다.

 

'오귀인'은 기억의 출처가 잘못 기억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어제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른 친구에게 하면서, 그 이야기를 선생님께 들었다가 잘못 기억하는 것이다. 이러한 오귀인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는 기억의 오류이다. 이러한 기억의 오귀인은 잘못된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범죄현장의 목격자들에게서 종종 발견되는데, 자신이 목격한 범인이 빨간색 모자를 썼는지, 파란색 모자를 썼는지에 대한 오귀인이 발생하게 되면, 전혀 다른 용의자를 지목할 수 있다. 우리는 여러 상황 속에서 '기억결합'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 '기억결합'에서 실패하게 되면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오늘 아침에 방문한 장소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나눈 이야기들, 그 장소의 모습 등등의 기억들이 올바르게 결합되어 기억된다면 우리의 오류는 줄어들 수 있지만, 자칫 그중 한 두 가지에서 오류가 발생하게 되면, 우리는 엉뚱한 사실을 마치 그런 것처럼 잘못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오귀인의 또 다른 예는 바로 저작권 문제와 관련될 수 있다. 작가나 작사가, 작곡가 등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간혹 어디에선가 보거나 듣거나 했던 익숙한 부분들이 '잠복기억'으로 남아있다가 마치 그것이 내가 새롭게 기억해 낸 듯한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래서 작곡자는 순수 자신이 생각해 낸 음률임에도 불구하고, 만들어 낸 곡이 표절논란에 휩싸이게 되기도 한다. 이는 바로 기억의 오귀인이 만들어 낸 오류의 산물인 것이다.

 

5. 기억은 피암시성을 받는다.

 

종종 우리의 과거 기억을 끄집어 내려할 때, 이를 위한 방법으로 유도질문이나 암시를 통해 끄집어 내게 되는데, 이러한 주입됨으로 인해 형성된 기억에 대해 '피암시성'의 오류라 말한다. 종종 범죄에 연루된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는 경우, 마치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단정하듯이 질문을 하게 되면 아이는 정말 그러한 일이 있었다고 기억의 오류를 일으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에서 이러한 유도질문으로 인한 기억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피암시성에 대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이 과거에 길을 잃은 경험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길을 잃었던 경험을 떠올려보라는 여러 번의 실험을 통해 자신이 과거 길을 잃은 경험이 있다는 오기억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피암시적인 기억의 오류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종종 발견되곤 하는데, 언론의 기사제목이나 내용의 방향성이 마치 그런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우리의 기억을 조정하여 오류를 범하게 만들기도 한다.

 

6. 기억은 편향된다.

 

'편향'은 현재의 생각이나 믿음, 기분, 감정상태 등에 의해서 과거의 기억이 왜곡되는 것을 말한다. 실제 일어난 어떤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있거나 감정상태를 가지고 있다면, 그 한 사건에 대해 다른 해석과 믿음을 형성하게 되고, 이는 우리의 기억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편향에는 5가지 유형이 있는데, 일관성 편향, 변화 편향, 사후과잉 확신 편향, 자기중심적 편향, 고정관념 편향이다. 일관성 편향과 변화 편향은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과거를 현재와 매우 비슷하거나 다르게 재구성하는지 보여주는데, 일관성 편향은 과거의 통증이 아무리 심했었더라도 지금 통증이 약하다면, 과거의 통증도 견딜만한 통증으로 기억한다는 것이다. 변화편향은 생리를 경험하는 여성들이 생리기간에는 우울하다고 여기고, 생리 후의 경험을 더 긍정적으로 회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경험이 과거의 경험에 의해 변화되게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은 과거의 사건에 대한 기억이 현재의 지식이라는 여과기를 통과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축구시합에서 우리나라 팀에 경기에서 참혹하게 졌을 때, 우리 선수들이 그럴 줄 알았다고 하거나, 여러 질 수밖에 없는 증거들을 데며 과거의 기억을 확신하듯이 말하는 것이다. 즉 '난 진작에 그럴 줄 알았어요'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후 과잉 확신 편향은 결과의 결정적 원인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사후 설명'을 생각해 낼 때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게 된다.

 

자기중심적 편향은 현실의 지각과 기억을 조화시킬 때 자아의 강력한 역할을 보여준다. 그래서 과거의 자신보다 현재의 자신을 좀 더 좋게 평가하게 된다. 고정관념편향은 우리가 일반적인 기억의 존재나 영향을 알지 못할 때에도 어떻게 세상에 대한 해석을 형성하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예를 들면, 어두운 골목길에서 여성이 남성을 마주치거나 뒤따라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그 뒤쫓아오는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의 고정관념이 어두운 골목길에서 만난 낯선 남자는 위험하다는 편향된 기억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견은 인종적인 문제, 종교적인 문제 등에서 더더욱 드러나기도 한다. 

 

편향적인 기억들은 최근 들어 가짜뉴스들을 통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편향성은 우리 사회를 점점 극단적으로 만드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편향된 기억의 오류를 지양하기 위한 팩트체크가 요구된다.

 

7. 기억은 지속성을 갖는다.

 

기억은 정서적인 문제와 결부되어 오랫동안 지속되며, 정서적인 사건이 비정서적 사건보다 좀 더 오래 기억된다고 한다. 기억의 지속성은 정서적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서와 기억 간의 관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정서는 기억이 탄생하는 순간에 상승하게 되며, 이때 주의집중과 정교화가 강하게 영향을 주어서 어떤 경험이 기억되거나 망각되는지를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정교하게 부호화하지 못한다면, 그 정보는 기억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무기집중효과'라 불리는 현상에서, 우리가 은행에서 강도를 만났을 때, 강도의 얼굴보다는 강도가 든 총의 총구를 더 강하게 인지하고 기억하게 되는 것처럼, 우리의 정서를 더 자극하는 경험을 통해 우리의 기억이 영향을 받게 된다.

 

기억의 지속적인 오류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반추적 사고'를 하는 것으로 반추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좀 더 부정적인 자기 스키마를 형성하게 되고, 이를 통해 부정적인 기억을 지속하게 된다. 이러한 지속성은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지속적인 반추적 사고를 통해 자신의 실패에 대해 계속 기억하고, 이 기억은 점점 자신을 부정적으로 기억되게 만들면서, 그 기억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히고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다.

 

마치면서...

 

대니얼 샥터의 '도둑맞은 뇌'를 읽다 보면, 우리의 기억이 얼마나 취약하고 허망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억을 신뢰하고 확신하고 단정하고 있는가? 하지만, 그 확신하고, 신뢰하고, 단정하고 있는 그 기억들이 사실은 많은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을 우리는 인지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기억들은 좀 더 신뢰하기 위해 좀 더 점검하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겸손"이 아닐까?

반응형